고둥 안에 주꾸미가 집을 지었다

충남 서천 홍원항에 갈매기가 수다스럽다. 항구로 들어온 배가 무엇을 내놓길 기다리는 걸까.
부슬부슬 비가 오는데도 항구는 쉼 없이 바쁘다. 바야흐로 주꾸미철.
고둥에 집을 지은 주꾸미를 꺼내고 또 꺼낸다.

 

있을 때 잘하자

주꾸미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다른 어종과 달리 주꾸미는 낚시로도 쉽게 잡히기 때문인데, 산란 직전의 어미와 어린 개체의 어획이 성행하면서 2018년부터 매년 5월에서 8월은 주꾸미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금어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꾸미 어획량은 1998년 7999톤에서 2014년 2525톤, 2018년도 3773톤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도 어획량 감소에 한몫하지만, ‘알배기 주꾸미’를 잡으려는 요인이 크다. 모쪼록 금어기에 주꾸미잡이는 금지! 더군다나 8월 초부터 성행하는 주꾸미 낚시에서는 알을 낳기 직전의 어미 주꾸미나 손가락보다 작은 어린 주꾸미가 잡히기 일쑤다. 주꾸미 낚시를 하려면 10~11월 초겨울이 적당하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주꾸미를 웅크린다는 뜻의 ‘준(蹲)’ 자를 써서 준어(蹲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라고 기록했다. 한때는 해안가 어민들의 구황작물로 불릴 만큼 흔했지만 어획량이 급감하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주꾸미는 2월부터 시작해 4월까지 그 맛을 최고로 친다. 충남 서천에서는 매년 3월 중순 즈음 주꾸미 축제를 개최하니 방문하여 다양한 체험도 하고, 맛도 즐기시길!

, 주로 이맘때

, 꾸밈없이 먹지요

, 미안하지만 맛있어

 서천의 홍원항은 199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큰 규모의 어항은 아니지만 서해의 주요 어장인 외연도, 연도 어장과 거리가 가깝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적은 편이라 간조 시에도 어선들의 입출항이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주꾸미가 제철인 만큼 홍원항에 수많은 배가 바다로 쉼 없이 드나든다. 밝게 조명을 켠 오징어잡이 배와 달리 주꾸미를 잡으려는 어민들은 어둠 속에 그물을 걷어 올린다. 이 그물은 좀 특별한데, 주꾸미의 산란 습성을 이용해 만든 ‘주꾸미 고둥 그물’이다. 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주꾸미는 조개껍데기처럼 오목한 틈에 산란을 하는데 한 번에 200~300개, 포도송이처럼 생긴 알을 낳는다. 빈 소라껍데기 등을 엮어 만든 고둥 그물은 부화 장소를 찾는 어미 주꾸미의 산란 장소가 된다. 밤사이 고둥 속에 알을 낳은 어미 주꾸미가 조개로 제 몸을 숨긴다. 그러나 어민들의 부지런한 손에 하릴없이 잡히기 마련. 고둥과 함께 분리된 주꾸미 중에서 다 자라지 못한 어린 개체는 바다에 방류한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주꾸미의 성숙 체중을 55g 이상으로 본다. 산란이 가능한 체중으로 그 미만인 것은 바다로 방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귀한 주꾸미, 고맙게 먹어요

배에서 1차 작업을 마친 주꾸미가 서천서부수협 홍원위판장으로 옮겨진다. 숙련된 솜씨로 산 것과 죽은 것, 크기별로 주꾸미를 분류하는 손길이 빠르다. 이렇게 분류된 주꾸미는 주변 상인들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고, 서천읍에 자리한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 방문하면 생물 상태 그대로 2층 음식점에서 요리로 맛볼 수도 있다. 주꾸미, 멍게, 킹크랩, 꼬막, 광어 등 각종 수산물로 가득한 시장은 그 자체로 활기가 넘친다.

그 와중에 빨간 대야에 담긴 주꾸미가 밖으로 자꾸만 탈출을 시도한다. 생각보다 주꾸미 크기가 커서 놀랐는데 기자가 그간 주꾸미볶음 등으로 먹었던 것은 꼴뚜기나 초보낚시꾼 손에 잡힌 어린 주꾸미였는지도 모르겠다. 살아 있는 주꾸미는 전체적으로 옅은 회갈색을 띠며 다리와 눈 사이의 좌우에 황금빛 동그라미 무늬가 나타난다. 한 팔이 긴 낙지와 달리,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이며 몸통부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주꾸미가 문어과잖아요. 다 자란 것은 이것보다도 커요.” 재원수산의 김현순 사장님이 방금 탈출을 시도한 주꾸미를 들어 올리며 덧붙인다.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주꾸미를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우리 시장 많이 방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주꾸미는 낙지보다 저렴하면서 타우린이 풍부해 영양가도 높아요. 지금 1kg에 2만 원 하는데 큰 것은 7마리, 작은 것은 12~13마리 정도 생각하면 돼요.”

“제철 맞은 주꾸미는 여느 때
주꾸미하고 다르다.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생각나는
건강하고 참된 맛이랄까”

이렇게 시장에서 구매한 수산물은 노란 바구니에 담겨 2층 음식점으로 곧장 배달(?)된다. 많이 선호하는 주꾸미 요리는 ‘샤부샤부’라고. 전골냄비에 육수와 채소를 넣고 싱싱한 주꾸미만 넣으면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메뉴다. 싱싱한 주꾸미는 회로 먹고, 샤부샤부로 먹고, 볶음으로 요리해 먹으니 1kg을 구매했다면 성인 2명이 충분히 먹고 남을 양이다. 주꾸미를 고를 때는 되도록 까만 상태가 좋다. 전체적으로 하얀 주꾸미는 머리에 먹물이 빠진 것으로 보기 때문. 미식가들도 선호하는 주꾸미 먹물에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며 혈중 콜레스테롤 예방, 피로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

 

맛있는 주꾸미 먹고 기분 좋게 으라차차

  • 주꾸미 샤부샤부

샤부샤부로 내어주는 주꾸미는 살아 있는 상태로 상에 놓인다. 해산물은 보통 생물 상태일 때 값이 높아지므로 손님들 입장에서는 싱싱한 주꾸미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조리 과정에도 직접 참여한다. 안녕이네횟집 사장님 왈 “냄비에 주꾸미는 다리부터 넣어야 해요. 머리부터 넣으면 먹물을 뱉습니다.” 까만 국물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 맛은 눈앞이 밝아지는 맛이다. 주꾸미를 어느 정도 건져먹고 이 국물에 라면이나 칼국수를 끓여먹으면 또 다른 맛이 된다.

 

  • 주꾸미볶음

주꾸미 축제 현장에서는 대· 중·소로 주꾸미를 구매해 먹는다. 식당에서는 보통 kg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며 시기별로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방문 인원이나, 입맛에 따라 주꾸미를 적당량 나눠 회, 샤부샤부, 볶음, 무침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어린이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주꾸미볶음은 짜지 않고 담백해 그냥 먹어도 좋고, 양념을 어느 정도 남겨 볶음밥으로 즐겨도 좋다.

 

  • 주꾸미회

싱싱한 주꾸미는 낙지탕탕이처럼 회로 먹는다. 제철을 맞이한 주꾸미는 통통하고 쫄깃하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 고추냉이 푼 쌈장에도 찍어 먹는데 현지인이 ‘특별 장’을 추천한다. 쌈장에 고추냉이를 약간 섞고 이것을 다시 초장과 섞는 것이다. 생물 상태의 주꾸미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잘 넘어가게 하는 맛이다.

  • 안녕이네횟집 충남 서천군 서면 요포길 135
  • 041-952-7745

정상미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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