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시작, 단양에서

 

PART 2 빛나는 시작, 단양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엄청나고, 낡았지만 빛이 나는 새한서점,
이곳을 다녀간 이들은 저절로 마음의한 조각을 내어주고 오기 마련이다

당신은 그의 어떤 모습에 마음을 뺏겼나요?

저절로 주고 되찾지 못하는 나의 마음, 그의 어떤 모습에 홀려 뺏기고만 나의 마음은 오늘도 그에게 갇혀 흐른다. 세상에 콩깍 지가 낀 연인들에게 물어보면 그에게 반한 순간은 타인에게는 사소하지만 그들 자신에게는 예사롭지 않아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단양의 이름난 명소들 속에 새한서점은 좀 외딴길에 놓여 있다.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어렵고 자가용으로 이동한다면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약 15분이 소요된다. 새한서점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엄청나고, 낡았지만 빛이 나는 곳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양의 그 어떤 이름난 명소 보다 이곳에 마음을 뺏길 것이 분명하다.

구불구불 작은 시골 길을 조심히 달리면 새한서점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들이 잘 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파란 겨울 하늘에 피어나는 굴뚝의 연기가 훈훈하다. 마치 겨울방학에 머물러온 할머니 댁처럼 그리운 마음으로 새한서점에 들어섰다. 서울 고려대 앞의 새한서점이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로 옮아온 것은 2002년, 1999년 폐교된 적성초등학교는 자신의 자리를 무수한 책에게 내어주었다.

서점이라지만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규모. 보유 서적이 12만 권 이상이라니 장르별로 분류한 손길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난로가 놓인 휴게실에는 이선명 대표 대신 고양이 한 마리가 객을 맞이한다. 졸졸졸 계곡의 물소리, 책장을 넘기는 서걱 소리, 고양이가 사뿐 사뿐 걷는 소리가 평화롭다. 단양에서 새한서점의 존재는 퍽 큰것 같다.

엽서, 에코백, 필기구, 파우치 등 새한서점을 모티브로 제작된 굿즈가 하나같이 어여쁘다. 작은 노트와 북두칠성을 새긴 책갈피를 고르고 이선명 대표를 기다렸다. 12만 권의 세계를 숲속에 끌어다놓은 놀라운 분이다.

말없이, 말하지 않아도 좋은 분임을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에서 발견한다. 목구멍으로 나오려던 여러 질문은 일부러 꺼내지 않고 이 시간에 가만히 놓여보기로 했다. 휴게실에서 만난 작은 고양이는 사랑스럽고, 간직하고 싶은 글귀들이 마음을 스친다.

까맣게 칠한 냉장고에는 피천득 작가‘인연’ 한 문장이 연두색 펜으로 꼼꼼히 적혀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알지 못하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며,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살아가는 동안 인연은 매일 일어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육감을 지녀야 한다. 사람과의 인연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인연으로 엮여 있다.”

내가 모르고 놓아버린 작고 소중한 인연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까만 밤에 더욱 빛나는 별처럼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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