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공존, 정답은 사랑, 사람

아는 것이 힘! 상록구에 깃든 ‘최용신’의 생애

언제 봤는지도 모를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정확히는 목소리가 내 속에 남아 있다. “아는 것이 힘, 배워야 산다!” 영화 <상록수>에서 어린 학생들이 합창하듯 반복했던 문구다.

▲최용신 선생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최용신기념관

1935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심훈 작가의 장편소설 <상록수>는 ‘최용신’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쓰였다. 혹독한 일제강점기, 농촌계몽운동에 평생을 바친 최용신 선생은 1935년, 26세의 나이에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채영신’으로 분한, 자신이 주인공인 소설도 영화도 보지 못했고, 온몸을 바쳐 세운 ‘샘골강습소’에서 어린 학생들이 배움의 큰 뜻을 펼치는 것도 지켜볼 수 없었다.

선생은 당시 아이들을 ‘조선의 빛, 조선의 싹’으로 부르며 귀히 여겼단다. 한 사람이 뿌린 씨앗들이 잘 자라 우리나라는 숱한 고비를 잘 넘기고 오늘에 이른 것은 아닐까? ‘계몽’은 어둠을 깨운다는 말의 다름이 아니다. 배우는 것이 왜 힘이 되는지 몰랐던 사람 들을 두드려 깨운 그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독립운동 가인 것이다.

안산시는 크게 상록구와 단원구 두 개의 행정 구역으로 나뉘는데 최용신 선생의 업적과 헌신이 ‘상록구’라는 지명에 담겨 있다. 이제는 알았으니, 이 지명을 부를 때마다 이전과 다른 힘도 보태지리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샘골서길 64, 샘골강습소가 있던 자리에 ‘최용신기념관’이 건립되었다. 흑백사진 속 선생의 얼굴이 참 앳되어 놀랍고, 10년간 약혼만 한 채 홀로 떠난 마지막이 안타까운데, 어쩌면 선생은 꺼지지 않는 별이 되어 우리의 오늘을 여전히 비추는 것만 같다. 우리가 지금 걷는 길은 누군가 애써 만든 길, 우리도 뒤의 누군가를 위해 길을 터주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나도 외국인! 미니 지구촌을 걷다

안산역을 등 뒤에 두고 조금만 걸으면 안산다문화마을특구다. 미니 지구촌, 안산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8만 7000여 명의 외국인 주민이 살고 있으며 전체 주민의 87%를 차지한다. 그러니 이곳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야말로 외국인이다.

▲라젠다라 씨! 제2의 성공한 이주민이 되길 응원할게요

안산이슬람센터, 안산세계문화체험관, 다문화어울림공원, 안산시외국인주민지원본부 등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데 상징적인 시설물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그 가운데 외지인에게는 힙 플레이스로 통하는 ‘다문화길(다문 화음식거리)’을 찾아볼 수 있다. 빨간색의 커다란 간판이 걸린 중국식품 상점에서 요새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훠궈며 마라탕소스를 다양하게 판매하는지라 구경을 했는데, 직원 분의 도움 없이는 선뜻 고르지 못하겠다. 정말 이곳에서 나는 외국인이다. 이제 고픈 배를 움켜쥐고 식당을 둘러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그래. 인도와 네팔로 가자!

▲칸티풀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한 끼

2007년 문을 연 ‘칸티풀 레스토랑’은 다문화거리의 터줏대감이다. 한국말이 유창한 가네쉬 리잘 사장님은 여러 매체에 성공한 이주민으로서 소개되기도 했다. 사장님의 인자한 미소 그대로를 닮은 청년 라젠다라 씨의 응대로 주문도 쉽사리 성공. 탄두리치킨과 난, 세 가지 맛의 커리가 나오는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현지인이 만들어준 차이 티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여 그것도 주문하고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음식을 기다렸다.

결과는 성공적! 화덕에 구운 두툼한 난은 쫄깃하고 고소해 밥 대용으로 그만이다. 네팔 현지 요리사가 만든 채소커리, 양고기커리, 치킨커리는 각각의 맛이 오묘하게 다르다. 난과 환상궁합이라 자꾸만 손이 가는데 라젠다라 씨가 서비스라며 수줍게 라씨(요구르트 음료)를 건네준다. 한 모금 마시니 차갑고 상큼한 맛이 식사의 마지막을 깔끔히 장식한다.

▲활발한 기운이 가득한 다문화거리의 저녁 풍경

안산다문화마을특구는 다름과 같음이 어우러지는 것이 상징적인 곳이다. 아무리 한국말이 익숙해졌다고 한들 한국이 마냥 쉽겠는가. 오늘도 수많은 외국인 주민이 타향살이를 해나가는 다문화거리에 서서 다름과 같음의 의미를 되새겼다.

가히 다 모여 아름다운 빛깔, 안산이다!

정상미 사진 이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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