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이곳에 머무르게 된다면 말이에요, 포르투갈

유럽인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 꼽는 포르투갈.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이 있는 이곳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당신과 한평생 살고 싶네요.

 

▲포르투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에서 바라본 도루강 풍경

덜컹거리는 기차,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달리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올랐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닌, 그저 스페인 마드리드와 포르투갈 리스본을 연결하는 기차일 뿐인데, 파스칼 메르시어의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이 11시간의 시공간을 이상하리만치 가슴 뛰게 만든다. 어떤 알 수없는 이끌림에 기차에 오르고, 전혀 알지 못했던 혁명의 역사를 따라가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여행을 하다 보면 늘예기치 않은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말 그대로 아주 짧은 동안, 우리는 이 ‘순간’을 즐긴다. 일상에서 찾지 못했던 그것이 기쁨이길 기대하며 말이다.

▲리스본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는 트램

리스본까지는 아직 한참 가야 하지만 커튼을 올리고 창밖을 바라본다. 고요하게 이어지던 짙은 어둠이 서서히 푸른빛으로, 보랏빛으로 물들더니 이내 오렌지 빛깔로 피어올랐다.

이제 여기 이곳, 포르투갈 리스본이다.

 

매일 당신과 걷고 싶어요, 리스본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장 긴 테주강 끄트머리에 자리한다. 도시 전체가 일곱 개의 크고 작은 언덕으로 이루어져 구석구석 골목을 따라 걷기 좋고, 리스본의 상징과 같은 노란색 28번 트램을 타면 여행자 기분도 제대로 낼 수 있다. 가을 햇살이 반겨서일까, 골목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소소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 작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노천카페에서 맥주를 들이켜는 사람, 연인과 어깨를 나누는 사람. 모두들 그들만의 방법으로 리스본을 즐긴다.

▲상조르즈 성과 그곳에서 내려다본 리스본 전망

오렌지 빛깔 지붕이 빼곡한 도시 풍경을 한눈에 담으려면 언덕 위 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상조르즈 성, 포르타스 두솔 전망대, 그라사 전망대, 산타카타리나 전망대 등 여러 전망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높은 곳이 군사 요새로 쓰였던 상조르즈 성이다. 성곽 귀퉁이 일등석은 이미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차지, 해 질 무렵엔 치열한 자리싸움도 일상다반사란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상조르즈 성은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고대 페니키아인을 비롯해 로마인, 이슬람교도 무어인 등 리스본의 지배층이 바뀔 때마다 각기 다른 양식으로 증축되었기 때문이다.

 

▲코메르시우 광장 중앙에 서 있는 주제 1세의 기마상과 아우구스타 개선문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복구 작업을 거쳐 이제는 편안한 쉼터 역할을 한다. 상조르즈 성에서 도시를 내려다봤다면 이제 도심 안으로 들어갈 차례. 리스본의 모든 길과 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코메르시우 광장에는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리스본을 지금의 모습으로 재정비한 주제 1세의 기마상이 위풍당당 하게 서 있다. 동상 앞으로는 테주강이 열려 있고, 동상 뒤로는 ‘승리의 아치’로 불리는 아우구스타 개선문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포르투갈 고유의 마누엘 건축 양식으로 세워진 벨렝 탑

코메르시우 광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개선문을 등지고 섰다. 햇살 반짝이는 테주강과 겹쳐지는 주제 1세의 뒷모습, 찬란한 눈부심 안에는 리스본 사람들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듯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연결되어 있는 산타마리아 성당 내부

코메르시우 광장에서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를 가면 리스본 일정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벨렝 지구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본격적인 대항해 시대를 연 마누엘 1세가 포르투갈 고유의 마누엘 건축 양식으로 지은 벨렝 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 산타마리아 성당, 발견 기념탑 등이 있다. 테주강 위에 세워진 벨렝 탑은 밀물에는 물에 잠기고, 썰물에는 바닥을 드러낸다. 리스본을 드나드는 선박을 감시하던 요새인데, 감옥으로 쓰이 기도 했다니 어딘가 모르게 으스스하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산타마리아 성당은 포르투갈에서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항해자 바스쿠 다가마의 귀환을 기념해 무려 100년에 걸쳐 지었다. 멀리서는 순백의 화려함에 놀라고, 가까이서는 섬세한 장식에 놀란다. 문과 기둥, 천장 등은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하나의 예술작품.

최대한 시간을 두고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기는 게 답이다.

 

+++ 리스본을 여행할 때 리스보아 카드 한 장이면 지하철, 버스, 트램, 기차 등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렝 탑, 박물관, 미술관 등 총 23곳의 관광명소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입장 가능하다. 카드는 24시 간(20유로), 48시간(34유로), 72시간(42유로) 권이 있어 여행 일정에 맞춰 선택하기 좋다.

 

 

매일 당신과 나누고 싶어요, 포르투

도루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 역사문 화지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포르투는 리스본보다 더 포르투갈다운 곳으로 통한다.

▲푸른 빛깔 아줄레주 타일로 뒤덮인 포르투의 알마스 성당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19세기의 아치형 철교 동 루이스 1세 다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역으로 꼽히는 상벵투역,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는 75.6m 높이의 클레리구스 탑, 푸른 빛깔 아줄레주 타일로 뒤덮인 알마스 성당 등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오랜 역사의 건축물에 심장이 뛴다. 이토록 멋진 볼거리를 본둥 만둥 무심하게 지나치다니, 일상여행자나 다름없는 포르투 사람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이 영감을 받았다는 렐루 서점

포르투에서는 책 한 권의 여유를 나누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서점 중 하나라는 렐루에서라면 하루 종일 책에 파묻혀도 행복할 것이다. 1869년에 문을 연 이 서점은 렐루 형제가 인수해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들어 가는 입구부터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아한 신고딕 양식에 아르누보풍 요소가 가미된 건물, 특히 2층으로 오르는 우아한 곡선의 중앙 계단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이 영감을 받아 소설 속 마법학교의 계단으로 묘사했다고 전해진다. 2층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초판 저자 사인본도 보관 중이다. 서점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길고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하지만 기다림의 가치는 충분하다.

▲세하두 필라르 수도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포르투 풍경

한낮의 도루강가도 좋다. 빌라 노바 드 가이아 혹은 히베이라 광장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람선을 타고 강변을 따라 한시간 남짓 이동하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강을 연결하는 6개 다리와 알록달록 예쁘게 색칠한 주택들, 그리고 반갑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햇살이 쏟아질 땐 그냥 눈을 감아보았다. 천천히 움직 이는 유람선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몸뚱어리가 제법 흥겹다. 강 위를 떠 있는 기분마저 든다.

▲빌라 노바 드 가이아의 와인 셀러 ‘샌드맨 하우스’에서 마신 포트와인

이렇게 좋은 날, 포르투갈에서 포트와인을 마시지 않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도루강 북부에서 생산되는 포트와인은 포도의 당이 알코올로 변하기 전에 77도 이상의 브랜디를 섞어 만든 와인으로 일반 와인보다 달콤한 것이 특징이다. 자신에게 맞는 와인을 찾고 싶다면 ‘샌드맨 하우스’, ‘칼렘’ 등 와인 셀러가 밀집한 빌라 노바 드 가이아가 최적의 장소다. 검은 망토 사나이가 추천하는 매혹적인 붉은 빛깔 포트와인 한 잔을 마셨다. 온몸으로 퍼지는 달콤함이 참 깊다. 아무래도 전망대에 빨리 올라가야겠다. 해 질무렵, 포르투가 더 달콤하게 보일 테니.

 

WHERE TO STAY

< 당신을 설레게 할 포르투갈의 깊은 밤 >

 

빌라 포스 호텔 & 스파
Vila Foz Hotel & Spa

<포르투>

우아한 19세기 스타일의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올리브 그린 컬러의 호텔. 메인 로비는 사뿐사뿐 걸어야 할 것 같은 <오만과 편견>속 무도회장을 연상케 한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모던하고 편리한 디자인을 결합한 총 68개 객실을 갖췄고, 근사한 레스토랑과 바, 수영장, 스파, 피트니스 센터도 마련되어 있다. 창밖으로 몰르 해변이 펼쳐지니 발코니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볼 것!

|Av. de Montevideu 236, 4150-516 Porto|+351 22 244 9700|www.vilafozhotel.pt|

 

호텔 카사 도스 오피시우스
Hotel Casa dos Oficios

<토마르>

좁은 골목 안에 콕 박혀 있는 유럽 감성의 부티크 호텔. 총 14개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침대 맡에 달콤한 디저트 케이자다가 기다린다.

창문 아래로 골목이 훤히 내다보이고, 동네 꼬마 녀석들의 웃음소리도 새어 들어온다. 2층 메인 공간은 책을 읽거나 가볍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공용 라운지로 여행자들에게 활용 도가 높다.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마을 중심인 레프블리카 광장, 상주앙 교회와도 쉽게 연결된다.

|R. Da Silva Magalhaes 71, 2300-593 Tomar|+351 249 247 360|www.casadosoficioshotel.pt|

 

VIP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 스파
VIP Grand Lisboa Hotel & Spa

<리스본>

도보여행지 리스본에서 이만큼 유명 관광지와 가깝고, 대중교통 연결이 편리한 호텔도 드물다.

VIP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 스파는 모던한 디자인, 편안한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랑받는 5성급 호텔로 31개 스위트룸을 포함한 총 295개 객실에 레스토랑, 바, 수영장, 스파, 피트니스 센터 등을 갖췄다. 특히 조식이 아주 훌륭한 편이다.

|Avenida 5 De Outubro 197, 1050-054 Lisboa|+351 210 435 000|www.
viphotels.com/en/Hotels/Vip-Grand-Lisboa/ About-Hotel.aspx|

 

ONE DAY TOUR

< 여행자에게 추천하는 근교 여행지 > 

  • 찬란한 에덴, 신트라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8km 떨어진 작은 도시. 포르투갈 왕실의 여름 별장 페나 성이 있는 곳으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고딕, 르네상스, 마누엘, 무데하르 양식이 혼합된 신트라 왕궁과 해발 450m 높이에 세워진 무어인의 성, 그리고 정원과 연못, 지하 동굴 등으로 가득 찬 헤갈레이아의 별장 등이 있다.

*리스본 호시우(Rossio)역에서 신트라(Sintra)역까지 약 30분 소요

 

  •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호카곶

유럽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땅끝마을 호카 곶. tvN <꽃보다 할배>에서 배우 신구가 홀로 방문했던 곳으로 ‘리스본의 바위’로 불린다. 바람을 맞으며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기념비에는 “여기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16세기 포르투갈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신트라(Sintra)역에서 403번 버스를 타고 호카곶(Cabo da Roca)역까지 약 40분 소요

 

  • 십자군의 도시, 토마르

포르투갈 중부 지역, 리스본에서 135km, 포르투에서 190km 떨어진 토마르. 마을 곳곳에 중세 십자군 시대 템플기사단의 흔적이 남은 곳으로 당시 요새로 지은 그리스도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마누엘,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을 반영한 토마르 최고의 볼거리다.

 

  • 동화 같은 운하마을, 아베이루

이탈리아에 베네치아가 있다면 포르투갈에는 아베이루가 있다. 포르투에서 남서쪽으로 56km 떨어진 운하마을로 소금이나 수초를 운반하던 화려한 색감의 전통 배 ‘몰리세이루’가 관광객을 태우고 운하를 유유히 통과한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파스텔톤 건물들이 이어져 자박자박 걷기 좋다.

*포르투 상벵투(Sao Bento)역에서 아베이루(Aveiro)역까지 약 1시간 소요

 

[ Travel Tip ]

  1. 유레일패스를 적극 활용하자

유레일패스만 있다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물론 유럽 31개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유효기간은 3일부터 최대 3개월로 여행 기간 내에 35개 이상의 철도, 페리 등의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패스 소지자에 한해 추가 할인 및 무료 혜택도 주어진다. 다양한 국가를 방문할 경우에는 글로벌 패스, 유럽 1개국을 방문할 경우에는 원 컨트리패스, 그리스를 여행할 경우에는 그리스 제도 패스를 추천한다.

문의 https://www.eurail.com/kr

 

  1. 레일 플래너(Rail Planner)는 필수!

유럽 기차여행의 필수 어플은 바로 와이파이 없이도 기차 시간표를 검색할 수 있는 레일 플래너. 기차 예약 및 기차의 이동 동선, 기차역 정보, 유레일패스 사전예약 유무, 유레일패스 소지자 혜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1.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노려라

2019년 10월 28일부터 2020년 3월 25일까지 인천과 리스본을 잇는 아시아나항공 직항 노선이 뜬다. 투입 기종은 A350로 월요일과 수요일 주 2회 취항한다.

 

  1. 포르투갈 여행정보는 어디에서?

리스본과 포르투 등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도시를 비롯해 토마르, 아베이루, 신트라 등 소도시 여행자를 위한 정보까지 각 지역 관광청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훨씬 다채롭고 깊이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포르투갈관광청 – www.visitportugal.com

리스본 지역관광청 – www.visitlisboa.com

중부 지역관광청 – www.centerofportugal.com

포르투 지역관광청 – www.visitportoandnorth.travel

 

글·사진 김정원 취재협조 유레일 한국홍보사무소, 포르투갈관광청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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