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라는 장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폐공장과 어두웠던 선미촌을 문화 콘텐츠의 산실로 바꾼 전주시.
그 중심엔 시민 행복 기반 정책을 위해 5년째 달리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이 있다.

 

전주는 비빔밥과 한옥마을이 전부가 아니었다. 기자가 김승수 전주시장을 만나기로 한 전주의 ‘팔복예술공장’은 ‘2019 아시아 도시경관상’을 수상한 공간으로 볼수록 매력 있는 영화 같은 곳이었다. 낡은 폐공장에 예술가들이 머무는 레지던스와 북카페,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과 카페처럼 친숙한 문화 콘텐츠를 덧칠해 탄생한 재생사업의 묘미가 둘러볼 수록 느껴졌다. 평일 오후임에도 이곳엔 많은 인파가 산책을 즐기거나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는 김승수 시장의 용기에서 비롯됐다.

 

“도시도 사람처럼 아프고 병이 들어요. 일부가 아플 때는 그곳만을 치료하는 ‘도시침술’이 필요합니다. 팔복동은 과거 산업단지로 번영했지만 1990년대에 이르러 쇠퇴한 곳으로 이곳을 반드시 살려 주민들의 삶과 자존심을 회복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팔복예술공장 재생을 추진했습니다.”

5년 전, 폐공장을 철거하고 미술관이나 체육관을 세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주의 매력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지역 주민과 예술가, 공무원들이 한데 모여 예술적인 무드의 콘텐츠 를 채워 나갔다. 또한 팔복동예술공장의 미술관 도슨트와 바리스타를 팔복동 주민들로 구성해 모두에게 필요한 침술을 펼쳤다. 양질의 도시 변화는 이런 ‘지점’에서 시작된다.

비단 팔복예술공장만이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적 사례는 아니다. 이보다 먼저 세계에서 반응을 보인 곳이 있으니 전주역 주변의 성매매집결지였던 선미촌. 김 시장은 이곳을 철거하는 대신 점진적 문화재생을 통해 여성인권과 예술적 번영을 위한 공간으로 이끌었다. 국내 도시 역사를 탈탈 털어봐도 이러한 사례는 최초의 시도, 완벽한 빌드업이다.

“선미촌의 건물들을 매입해 시청 부서 입점과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스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직업여성들을 교화해 사회의 품으로 돌려보내며 재생의 본질을 고수했습니 다. 현재까지 14명의 여성이 이곳을 벗어나 사회로 돌아갔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일은 드뭅니다. 이 사례가 알려지자 해외에서 선미촌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모두 시민 여러분 덕이죠(웃음).”

여성인권단체를 비롯해 도시재생 전문가와 예술가와의 교류를 통해 실현한 선미촌의 도시재생사업. 파급력은 놀라웠다. 올해 부산시와 전국연대상담소 등 42개 단체가 이곳을 찾아 벤치마킹해 돌아갔다. 부수고 무엇을 세우기보단 기존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재생사업은 전주라는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나침반이 됐다. 이는 2년 전 한옥마을 내의 프랜차이즈 입점을 막으며 도시 ‘퀄리티’를 높여가는 프로젝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도 좋아하지만 한옥 마을의 고유성을 지켜내기 위해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막았습니다. 대한민국 고유의 문화가 깃든 공간에 해외 프랜 차이즈 상점이 즐비한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그곳은 색을 잃게 됩니다. 시간이 나면 들러보세요. 한옥과 근사하게 어우러진 세상에 하나뿐인 카페들이 가득한 한옥마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랜차이즈의 유입은 신도심으로 유도해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전주는 1년에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예요. ‘건물’만 있고 ‘건축’ 이 없으면 문화 도시의 타이틀을 잃습니다. 저는 전주가 카지노와 놀이동산이 아닌 고유문화의 힘으로 움직여야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로 탄력을 받는다고 봅니다.”

 

‘표를 얻을 일’과 ‘도시에 필요한 일’, 시민을 생각하면 답은 정해진다

전주는 예술 자원이 풍부하다.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인간문화재가 1.8명인 데 비해 전주는 무려 48명에 달한다.

과거 조선시대 숙종 때부터 풍류를 중시한 도시답게 전통 판소리, 서예, 공연 등의 문화 콘텐츠는 문화 도시의 청사진으로 세계에서 그 세를 떨쳤다. 지난 10월 2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9 국제슬로시티연맹 시장총회의 국제슬로시티 어워드에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도시정책’ 부문에서 전주는 최고점을 받아 오렌지 달팽이상을 수상했다. 예로부터 명실상 부한 후백제의 수도이자 조선왕조의 발상지인 도시로서 풍부한 유·무형 자산이 있기에 가능한 일. 문화가 끝이 아니다. 전주의 미래를 선도할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 또한 전주의 컬러를 엿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지식과 감성과 의지를 겸비한 인재를 키우려면 창의적인 공간이 필요해요. 놀이터는 그런 곳이 돼야 하기에 2020년까지 권역별로 마음껏 뛰노는 ‘아이숲 10개소 조성’을 비롯해 예술적 감성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방형 창의도서관’과 ‘예술 놀이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사업을 돌봐줄 아동·청소년 센터인 ‘야호학교’와 자녀 교육부터 그들의 미래까지 상담해주는 부모교육 중심의 ‘부모학교’를 통해 연령과 관계없이 모두가 행복한 도시가 될 겁니다.”

김 시장이 말한 놀이교육인 ‘야호 5대 프로젝트(숲 놀이터, 책 놀이터, 예술 놀이터, 야호학교, 부모교육)’는 아이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공간과 부모교육을 통해 전주시와 대한민국을 이끌 인재 육성 계획이다. 평소에도 그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엔 불도저처럼 돌변한다. 그중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5년째 식사를 배달해주는 ‘엄마의 밥상’은 김시장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침식사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면 전주시의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에 전주시는 5년째 매일 오전 4시30분부터 7시까지 따뜻한 국과 밥과 반찬을 빼먹지 않고 식사를 거르는 가정의 자녀들에게 배달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의 급식을 담당하는 이모님들이 주는 걸로 알고 있다고 하네요. 아무렴 어때요! 아이들이 밥 잘 먹고 다니면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잖아요, 하하하.”

 

도시는 사람과 생태, 그리고 문화가 있어야 존재한다. 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경제력이 필요하다. 전주는 ‘구도심 100 만 평 문화재생’을 통해 혁신거점 조성과 청년 활력 증진사업 으로 지역 먹거리 창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구도심 100만 평 문화재생 사업은 서노송예술촌, 전라감영 복원, 서학동예술마을 문화재생처럼 생명력을 겸비한 콘텐 츠로 전주의 먹거리를 강화할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이 중 전주시 미래유산 1호 사업인 서학동 예술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17년, 총 172억 원 규모의 사업이 확정됐고 현재 추진 중입니다. 이에 쇠퇴한 근린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올라 가고 안팎으로 만족할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3년까지 총 300억 원(국비 150억 원, 도비 25억 원, 시비 125억 원)을 투자하여 ‘역세권 혁신거점 조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창업 허브 구축’이 이뤄질 전주 첫 마중 권역 문화재생도 사업의 주요 핵심이 될 겁니다.”

 

저녁 시간이 훌쩍 넘고 어느덧 인터뷰의 클라이맥스가 다가왔다.

김 시장에게 전주가 어떤 도시가 되길 바라는지를 물었다. 그 어떤 질문보다 깊게 고민한 그는 “힐링 도시가 되어 행복을 나눠주는 곳이 되길 바란다. 서울보다 잘 사는 도시보단 서울보다 ‘행복한 도시’로 불리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 51세를 맞이하니 비로소 ‘장르’의 의미를 깨달았어요. 남이 먼저 시도한 걸 답습해 1등이 되기보단 도전을 통한 새로운 생산으로 1등이 되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용기 있는 도시로의 발돋움, 시민들께서도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관람객으로 대하고 관람객 역시 시민과 도시를 존중해주길 바랍니다.”

 

전주는 과거의 문화만 앞세우는 도시가 아니다. 대한민국 문화의 뿌리 깊은 자존심이 될 전주라는 장르가 보여줄 감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유재기 사진 임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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