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저장한 대만

PART3

내 마음에 저장한 대만

  • ‘핫’해서 좋은 곳

1990년 대만 정부는 타이베이시 베이터우 지역을 ‘특별 온천 지역구’로 지정하고 ‘신베이터우’로 명명했다. 신베이터우는 천연 라듐 성분이 포함된 유황광석이 발견된 곳으로 원천 중하나인 ‘지열곡’은 80℃에서 100℃의 고온으로 유황을 포함한 백색 수증기로 자욱하다. 겨울에 온천을 즐긴다면 더욱 낭만이 있겠지만 고단한 일정을 소화한 뒤 호텔에서 즐기는 온천욕도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었다.

▲ 백색 수증기로 더욱 신비로운 신베이터우 지열곡

뜨거운 햇살을 총총 받으며 걸음을 옮기자 싱그러운 산책로 가운데 베이터우 도서관이 자태를 드러낸다. 재활용이 가능한 목재와 철재만으로 지어진 대만 최초의 친환경 건축물로 미국 문화전문 사이트 (flavorwire.com)가 ‘세계 아름다운 공공도서관 25’에 선정한 바 있다. 기자는 도서관 그 자체에 반했는데 대만 시민들은 이 아름다운 곳에서 독서에 푹 빠져 있다. 부러움 가득 머금은 채 다음 일정을 소화하러 출발했다.

 

  • 아름다운 사람들

타이중 남서쪽 장화현에 위치한 팔괘산 대불 풍경구에는 엄청나게 커다란 불상이 있다. 23m 높이만큼 시선을 사로잡는 건 불상 아래 출입구가 있다는 것과 불상의 등에 자리한 창문이다. 신성한 불상이 제 안까지 열어주시니 아니 들어갈수 없다.

▲ 한낮의 눈부심이 가득했던 팔괘산 대불 풍경구

불상 안의 계단을 타고 오르고 오르면 장화현 전체를 내려다 볼수 있다. 기자는 1005m로 대만에서 가장 길다는 팔괘산의 스카이워크를 따라 걸으며 바라보는 대불이 왠지 더 근사하게 느껴졌다. 팔괘산 대불 아래 공원에서는 휴일 분위기를 돋우는 곡조가 흘러나오고 큰 나무의 그늘 아래로는 주민들이 앉아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만의 어디를 가든 사당을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종교, 신앙심, 일상은 대만 사람들에게 공기처럼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인 듯하다.

 

  • 고진감래’ 객가인의 레이차를 만들고 마시며

대만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는 객가(하카)인은 중국 에서 이주해온 한족의 한 갈래다. 대만은 물론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화교의 대부분도 객가인으로 중국 남부를 비롯해 세계 80여 국가와 지역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타지에 살면서도 객가 문화를 유지하는 데다 똑똑하며 경제 관념이 강해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린다. 현재 대만 차이잉원 총통도 객가인의 후손이다. 신주의 베이푸 지역은 이들 객가인이 특유의 성실함과 영민함으로 일군 곳이다.

▲ 호로록, 원샷! 고소하고 든든한 맛의 레이차

고풍스러운 옛집과 상점, 식당의 음식을 통해 객가인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레이차(擂茶)는 객가인의 문화를 대표하는 차로서 ‘레이’는 비비다, 갈다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절구에 각종 땅콩, 검은깨, 찻잎, 호박씨 등을 기름이 돌 때까지 갈아준 다음 녹두 찐 것과 섞어 따뜻하게 마신다. 냄새부터 고소한 레이차는 씹는 맛도 있고, 미숫가루처럼 든든한 요기도 된다. 절구의 곡물들을 빻지 않고 순수하게 비벼 기름을 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대만인은 간편한 레이차 가루보다 전통 방식으로 먹는 레이차를 여전히 선호한다. 객가인이 대만에서 일군 세월이 레이차로 상징된다.

고진감래, 우리나라도 힘든 시기를 지나 구수한 단맛을 보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글·사진 정상미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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