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떠올라 하늘을 걷다, 경주 헬륨기구

옷차림보다 마음이 먼저 가벼워지는 요즘.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봄은 이미 마음의 문턱을 넘어섰다.
헬륨기구를 타고 맞은 경주의 봄.

 

영상 8℃를 웃도는 기온에 겨울바람의 매서움도 누그러진 경주의 날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행운이었다. 헬륨기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 탓에 바람이 적당하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만 운행하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헬륨기구를 운영하는 플라잉경주 블로그에 출근하듯 하루 한 번 접속하며 확인한 끝에 ‘운행 가능’이라는 단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공중에 떠오른 기분이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헬륨기구를 탈 수 있는 날은 한 달 중 10~11일에 불과하 다. 안전을 고려해 풍속이 초속 13m 이상이거나 비가 오는 경우, 낙뢰가 예상되는 흐린 날 등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헬륨기구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인 셈이다.

 

헬륨기구는 현실감을 잊게 한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만난 헬륨기구는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헬륨가스가 채워진 지름 23m의 거대한 구체가 줄에 매달린 풍선처럼 떠올라 있는 풍경이 현실 감각을 잠시 잊게 한다. 거대한 기낭(가스 주머니)에 작은 바구니(바스켓)가 달려 있는 여느 열기구와 달리 헬륨기구는 도넛 모양의 철제 바스켓에 탑승할 수 있게 되어 있다. 1회 운행 시 20~25명이탈 수 있지만,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10~15명으로 탑승을 제한한다.

철문을 열고 기구에 탑승하자 “떠오를 때 많이 흔들리니 난간을 잡으라”는 안내가 들려온다. 잠시 후 지진이 난 것처럼 바스켓이 사방으로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그리고 지면이 서서히 멀어져간다. 처음 기구를 봤을 때처럼 현실감이 없다. 처음의 진동 이후에는 떠오른다는 느낌도, 움직인다는 감각도 없이 그저 지면과 멀어지고, 지면에 있던 모든 것이 서서히 작아진다. 플라잉경주 주변에 있던 작은 바이 킹도, 회전목마도 이제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장난감만큼 작아졌다. 내가 공중에 떠올랐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잠시 긴장한다. 함께 탑승한 한 가족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바스켓이 흔들리고 떠오를 때 다소 긴장한 기색이 보이던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마냥 신난 표정이다.

 

150m 상공에서의 경주 산책

기구는 지상 150m까지 떠오르고 나서 정지했다. 탁 트인 보문호와 경주의 전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며칠 전 내린 눈이 드문드문 쌓여 있는 풍경이 펼쳐졌지만 하늘에서 느끼는 바람은 매서운 기세가 이미 한풀 꺾여 있었다. 기구를 조종하던 플라잉경주 고경호 팀장은 “겨울 풍경도 좋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이용객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벚꽃이 피거나 단풍이 물들 때 하늘에서 보는 보문호와 경주 풍경이 일품”이라며 한마디 덧붙였다. “올봄에 벚꽃 피면 한 번더 오세요.”

헬륨기구는 케이블을 지상에 고정시켜 제자리에서 비행하는 ‘계류식’으로 운영된다. 기구에서 헬륨을 배출시켜 고도를 조절하면 공중에서 다시 채워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지상과 연결된 케이블을 이용해 고도를 조절한다. 갑자기 기상상황이 변하거나 강풍이 불어도 안정적이며, 돌발상 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지상 150m에서도 기구는 안정 적이지만, 한 걸음 내딛기가 괜스레 조심스럽다. 도넛 형태의 바스켓 안에서 이동하며 풍경을 360도 둘러본다. 헬륨기구 안에서는 어떤 각도로 찍어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기구를 타고 이 높이에 떠올라 있는 순간은 몇 손가락 안에 들 인생경험 아닐까?

10여 분의 비행을 마치고 케이블이 서서히 우리를 지면으로 끌어당긴다. “많이 흔들립니다. 난간 잡으세요.” 바스켓 아래 바퀴가 지면에 닿자 이륙할 때보다 더 큰 폭으로 흔들린 다. 진자 운동을 하듯 몇 번을 오간 후 완전히 멈춘 후에야 철문이 열리고 땅에 발을 내렸다.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 이다. 자동차를 타고 보문관광단지를 벗어나는 동안 또 다른 이용객을 태운 기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꽤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도 거대한 기구가 눈길을 붙잡는다. 벚꽃이 피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경주를 떠났다.

 

  • 헬륨기구로 즐기는 하늘 풍경

플라잉경주 헬륨기구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비행체험을 할 수 있다.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 7시까지 운행한다. 기상상황에 따라 운행이 결정되므로 공식 블로그(blog.naver.com/fly-gj)에서 미리 운행 여부를 확인하기 바란다.

헬륨기구 외에도 승마, 바이킹, 회전목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경북 경주시 보문로 132-23|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7000원, 어린이 1만5000원|054-741-1230, 054-777-0263|

이준관 사진 손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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