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양조장, 술샘

그는 술을 만들면서 ‘술이 꼭 너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어요.”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건 틀림없는 칭찬. 그는 어떤 사람일까? 일단 한 모금, 아니 두 모금.

 

  • 술이 좋은 술 욕심쟁이

대한민국 민족 대이동의 날, 설. 올해 설 연휴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로 앞의 주말과 뒤의 이틀 평일까지 합쳐 짧은 방학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은 남의 얘기. 기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경기도 용인의 양조장 ‘술샘’을 향해 힘찬 걸음을 옮겼다. 속으로는 ‘괜히 나 때문에 대표님이나 직원들이 더 쉴 수도 있는데 출근하는 건 아닌지’ 적잖이 염려도 되었다.

“반갑습니다.”

깊은 산속에서 울리는 듯 깊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신인건 대표가 기자를 반겨주었다. 오면서 가진 염려를 털어놓으니 “하하. 사실 어제 지인들하고 늦게까지 한 잔 하긴 했어요.”라며 너털 웃음을 짓는다. 술샘에는 카페 ‘미르’가 있는데, 늘 열려 있는 이곳은 술샘의 다양한 제품을 맛볼수 있는 시음장이자 지인들이 편하게 오고가는 아지트이기도 하다. 푸근한 조명 아래 도란도란 앉아 각종 상을 휩쓴 술샘의 술을 마시는데, 어찌 엉덩이를 쉽게 뗄 수 있겠는가. 기자도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알코올 함량 54%인 증류주 ‘미르’부터 궁금했던 ‘붉은 원숭이’까지 다섯 잔인가, 열 잔인가 시음을 했던 것 같다.

“미르는 알코올 함량에 따라 54, 40, 25가 있어요. 어때요? 맛이 다 다르죠? 청주 ‘감사’도 드셔보세요. 어때요?”

신인건 대표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하며 한 잔, 두 잔을 마셨으나 마실수록 욕심이 나는 맛이라몇 잔을 마셨는지 세어보지도 않았다. 특히 ‘감사’는 달콤하고 깔끔한 맛이 생선 요리와 먹으면 궁합이 좋다는 화이트 와인을 생각나게 했다. 과실이 아닌 곡물로 빚어져 달콤함의 차이가 다른데, 쌀밥에 각종 반찬을 곁들이는 것처럼 청주에는 모든 요리가 어울릴 법했다.

“대표님은 어떠세요? 술 빚는 일이 업이 됐으니 전처럼 자주 드시진 않게 되죠?”

“아니요. 예나 지금이나 술을 참 좋아해요. 오히려 더 좋아하게 됐죠. 술샘을 운영하며 함께하게 되는 인연들과의 자리가 얼마나 좋은데요.”

 

  • 전통을 지키되 고집하지 않는다

신인건 대표가 건넨 명함에는 뉴웨이브를 상징하는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 술샘의 각종 홍보물에도 파랗고, 붉은 물결이 넘실댄다. 종종 아니, 자주 기자로서의 내 직업을 감사하게 생각할 때가 있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러한데, 신인건 대표와 대화하며 나의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간 ‘전통’이라 하면 꺾임 없이 고집스레 지켜야 하는 문화라고 여겨왔던 것 같다. 전통을 지키느라 전통을 품속에 가둔 꼴은 아니었을지 새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친근하고 재미있는 우리 술로 다가가고 싶어요. 일상에 우리 술이 자연 스럽게 녹아들길 바라죠. 그래서 오직 전통만 고집하고 내세우려 하지 않아요. 술샘은일 년에 두 번은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데, 저희뿐만 아니라 대중도 우리 술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신인건 대표가 강조하는 말 속에 술샘의 콘셉트이자 경영철학이 묻어나온다. ‘우리 전통이 모던해 져서 일상 가까이 스미는 것, 우리 술을 문헌에 근거해 복원하고 재현하고 응용하여 트렌드를 앞서가는 것’ 그 자체로 우리 술 문화에 새로운 물결이 된다.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원숭이 시리즈’다. 경기도농업기술원과의 기술협력으로 탄생한 탁주로 생·살균 막걸리 두 종류가 있다. 붉은 색의 누룩곰팡이로 발효한 홍국쌀을 사용해 술 빛깔도 매혹적인데, 홍국쌀 자체에 모나콜린K 성분이 함유되어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단다.

술샘에서 직접 제작한 전용 잔에 생막걸리 ‘술 취한 원숭이’를 시음했다. 적절히 달고 향기롭다. 부드럽게 넘어가는데도 무언가 씹히는 것처럼 꽉 찬 맛을 느꼈다. 고급스러운 유리병에 전각으로 새긴 패키지 디자인에도 시선이 간다. 신인건 대표가 친구에게 부탁한 작품으로 대학교 동기들과 술마시며 어울리는 모습을 각각의 붉은 원숭이로 형상화했다. 그림을 부탁한 사람도 그린 사람도, 원숭이로 담긴 제 모습을 찾는 대학교 동기들도 이 하나에 얼마나 웃고 재미있어했을까?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 술 선생님들이 모인 술샘

2012년 한국가양주연구소 1기생들과 의기투합하여 술샘을 설립한 지 5년이 지났다. 국내 내로라 하는 양조장 업력에 비하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간 상품화된 술만 보면 업력과 시간이 꼭 비례하는 것 같지 않다. 증류주 ‘미르’, 탁주 ‘원숭이 시리즈’, 이화주, 약주 ‘감사 시리즈’는 물론 식초와 누룩소금으로도 잘 알려진 술샘이다.

“술샘의 이름 자체가 ‘술 선생님’을 함축한 말이기도 해요. 같은 교육기관에서 지도자 과정까지 함께한 이들이 모여서인지 우리 술을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연구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2015년에 출시한 이화누룩소금은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것으로 일본식 쌀누룩 대신 우리 이화곡을 쓴 최초의 제품이에요. 초샘식초는 세 번 빚은 청주를 옹기에서 백일 동안 식초로 만들고, 다시 200일 저온에서 숙성한 제품이죠. 모두 우리 것에서 찾아 열정으로 내놓은 전통발효 식품입니다.”

신인건 대표는 새로운 전통, 새로운 발효를 기본으로 술샘에서 국샘, 초샘, 아샘, 미샘 으로 확장되는 비전을 품고 있다. 술 빚는 장인정신에 좋은 재료, 지극한 정성을 담아 전통발효식품, 천연원료로 만든 화장품 등을 선보이는 것이다. 본래 수줍던 성격도, 한때 우울했던 마음도 술을 빚으며 완전히 달라졌다는 그는 언젠가 ‘술이 꼭 너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가 간직한 이 한마디, 최고의 칭찬이 아닐 수 없다.

“비가 내린 숲에는 향기롭고 맑은 기운이 가득하죠. 우리 술에 그런 청량함을 담고 싶었어요. 무겁지 않게, 급히 취하지 않도록.”

빠른 것이 정답인 것만 같은 세상에 술샘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술 선생님들이 모여 술샘, 멋진 우리 술이 펑펑 솟아나는 샘, 전통술 문화에 빛이 될 모던함. 술샘이 가진 비전과 함께하는 이들의 열정 덕분에 누군가의 그늘진 오늘에도 밝은 빛이 비칠 것만 같다.

 

술샘 PRODUCT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굳이 뽑아 소개하는 제품들]

 

> 증류식 소주 ‘미르54’

알코올 함량에 따라 54, 40, 25 세가지 종류가 있다. 용인백옥쌀, 물, 누룩만을 사용해 깊은 곡물 향과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4만 원!

 

> 탁주 ‘붉은 원숭이’ ‘술 취한 원숭이’

홍국쌀을 이용해 붉은색을 띠며 합성감미료 없이 단맛을 낸다.
생막걸리, 살균막걸리 두 종류로 알코올 함량 10.8%다. 7000원

> 이화누룩소금

일본의 시오코지(누룩소금)에서 착안. 우리나라 이화곡과 천일염을 발효한 최초의 누룩소금이다. 6000원

 

술샘 PROGRAM

[우리 술이 궁금하다면 맛도 보고, 만들어도 봅시다]

  • 교육

우리 술 빚기 기초과정 전통주 제조의 원리부터 누룩, 막걸리 제조 방법을 배운다. 수강료 20만 원

심화과정 증류주, 과실주, 쌀흩임누룩, 모주의 제조에 대해 배운다. 수강료 30만 원

술샘 식초 교육반 곡물식초 제조 원리부터 숙성, 식초를 활용한 실습을 진행한다. 수강료 18만 원

 

  • 체험

시음 상시 가능 (1층 카페 미르에서 무료)

견학 술샘 소개, 주전부리와 함께 제품 시음 등. 1만 원

만들기 체험 누룩소금, 이화주, 찹쌀 막걸리, 소주 내리기. 5인 이상 예약제로 운영, 누룩소금 1만5000원, 그 외 2만5000원

농업회사법인 ㈜술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죽양대로 2298-1
070-4218-5225
sulseam.com

 

정상미 사진 문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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