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없이 예술도 없다, 김구림

과감하고 거침없다. 작가가 펼치는 상상의 나래는 한강 변 푸른 잔디 위에서, 영화 속 필름 속에서, 버려진 책이나 나무 패널 위에서도 자유롭다. 작품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가. 김구림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우리나라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끈 선구자 김구림. 한국 최초의 전위적 흑백필름 ‘1/24초의미’(1969)를 시작으로 한강 둑 잔디를 불로 태우는 대지예술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 잡지를 오려낸 조각과 플라스틱이나 전자제품 등 여러 혼합매체를 동원한 콜라주 작품(2004)을 선보이는 등 매번 독특하고 실험 적인 예술로 한국 미술계에 충격을 던졌다. 여느 작가들이 스스로 쌓아올린 작품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데 비해 김구림은 철저히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본능에 따른 예술을 펼쳐왔다. 표현 방법도 구애받지 않는다.

설치와 조각, 판화,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무용, 보디페인팅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컬래보레이션에 도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저평가되기 일쑤였다. 작가 활동 초반에는 미술계의 멸시와 조롱까지 당했을 정도다. 자의로 그만두긴 했지만 미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술계에서는 근본 없는 예술인으로 치부되었고, 작품을 눈여겨보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게 예술을 향한 열정이다. 스스로 공부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대구 지역 최초의 추상미술 그룹 ‘앙그리’를 비롯해 한국아방가르드협회의 시초가 된 ‘AG그룹’과 전국의 젊은 예술인을 규합한 ‘제4 집단’을 이끌며 전무후무한 예술적 공적을 남겼다. 1970년대 혼란한 사회와 정부의 탄압에 밀려 건너간 일본에서 선진화된 일본의 판화기술을 배웠고, 1980년대에는 미국 뉴욕에서 미술학도 신분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노력이 있으면 결과가 따르는 법. 영어도 잘 구사하지 못했지만 졸업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이다. 지난 2012년에는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개최된 <A Bigger Splash : painting after performance> 전시회에서 잭슨 폴록, 데이비드 호크니, 니키드 생팔 등 전 세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김구림은 과거에 멈춰 있지 않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주변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예술적 시도를 고민한다. 지금까지의 김구림은 잊어도 좋다. 내일 또 어떤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지 모를 일이니.

 

“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 속에서도 결코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삶이 도전이듯, 예술도 도전이다. “

1936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미술 대학에 진학했지만 획일화된 교육에 염증을 느껴 자퇴하고 독학으로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8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The 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에서 공부했다. 1958년 대구 공보관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전시회를 개최했고, 오는 5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에 참여하고 있다.

1983년 대한민국 무용제 무대미술상, 2006년 이인성 미술상, 2014년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을 수상했고, 2017 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김구림 작가의 작업실. 캔버스에 그리고 칠하는 과정 못지않게 잡지와 사진을 오리고 붙이는, 크고 작은 오브제를 조각내고 연결하는 과정이 많아 작업실은 마치 피노키 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의 공방과도 같다. 수많은 미술서적과 영화 촬영을 위해 사용했던 카메라와 영사기, 아직 풀어놓지 못한 작품으로 가득 채운 공간. 김구림 작가의 무한한 상상이 이곳에서 작품이 된다.

 

 

 

Nucleus 4-64 핵 4-64
Oil on Vinyl, 145.4×96.9cm, 1964

 

Branch-7 나뭇가지-7
Magazine·Tree branch on Canvas, 60×50cm, 1987

 

Tree 나무
Tree branch·Charcoal and Acrylic on Wood, 63×95cm, 1987

 

Moon and Tree 달과 나무
Mixed media on Canvas, 50.5×40.5cm, 1987

 

Landscape and Tree 풍경과 나무
Acrylic·Paper·Tree branch on Canvas, 17×25cm, 1988

 

Yin and Yang 7-S 128 음양 7-S 128
Mixed media on Wood Panel, 30.5×23cm, 2007

김정원 사진 손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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