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강명이 고른 기차 여행에 어울리는 책 10권

기차 창가에 앉아 맥주 한 캔에 읽기 좋은 책

 

누군가 물었다.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느냐고. “기차에서 창가자리에 앉아 맥주 한 캔 마시면서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 부산 출장길에서도 기차 창가에서 책을 한 권 읽었다. 맥주 두 캔도 사라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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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시선> 할런 코벤, 비채
밤에 기차를 탔다면 추리소설이죠! 한 부부 앞에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뜬금없이 나타납니다. 사진 속 여성의 얼굴에는 ‘X’자 표시가 돼 있고, 그 옆의 남자는 아무리 봐도 남편 같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기가 아니라고 잡아떼다가, 집을 나가 행방불명됩니다. 재미있겠죠?
책 속 한 문장 남편 얼굴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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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야마오카소하치, 도서출판 솔
요즘은 기차로 통근이나 통학을 하시는 분도 많더라고요. 장기 독서 프로젝트 어떻습니까? 전체 32권이니까 보름에 한 권씩 읽으면 1년 4개월 정도 걸릴 텐데요. 도전해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입니다. 읽는 재미도 훌륭하고, 남는 것도 많습니다.
책 속 한 문장 그 처절한 의지 앞에 난세가 무릎을 꿇고, 오늘밤에는 이 산꼭대기의 삼엄한 어둠 속에 바람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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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히가시노 게이고, 재인
추리소설 한 권만 더 추천할게요. <단 한번의 시선>은 주제도 내용도 꽤나 무겁고, 두 권짜리거든요. 이 책은 가볍고 훈훈하고 귀엽고 아기자기하고 한 권짜리입니다. 추리의 재미도 있고, 다 읽고 나면 ‘이런 거리에서
이런 이웃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속 한 문장 하루빨리 이 동네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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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 삼우반
이 책은 일단 굉장히 웃깁니다. 빈민가 르포소설인데 무지 웃겨요. 그리고 두껍지 않아서 2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습니다. 몸으로는 기차여행을 하면서, 정신은 80년 전 파리와 런던 뒷골목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시지요. 따뜻한 통찰은 덤입니다.
책 속 한 문장 가진 돈이 적으면 근심도 그만큼 적어진다는 것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실제로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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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사이먼 싱, 영림카디널
설사 출장 여행이라 해도 열차 좌석에 앉으면 조금은 기분이 들뜨지 않나요? 지적인 일탈까지 곁들여지면 어떨까요. 수학 관련 책을 최근에 읽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푸는 데 300년이 걸렸던 수수께끼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전혀 어렵지 않은, 아주 짜릿한 논픽션입니다.
책 속 한 문장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생각해낼 수 있었지?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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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운 배> 이혁진, 한겨레출판사
기차에 들어가는 잡지에 <대열차강도> 같은 책을 권할 수야 없겠죠. 그런데 이건 ‘누운 기차’가 아니라 ‘누운 배’니까 추천해도 괜찮죠? 실제로 조선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자가 조선소 내부의 복마전과 부조리를 그야말로 실감나게 묘사합니다.
책 속 한 문장 배가 쓰러졌으니 회사가 무사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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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사이언스북스
적절한 진동 때문인가, 기차에서 책을 읽으면 다른 곳에서 읽는 것보다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로 발휘되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간혹 무시무시하게 두꺼운 책을 딱 한 권 들고 기차에 오르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 가운데 한 사람의 거대한 주장입니다.
책 속 한 문장 지금부터 여러분은 기원전 8000년부터 기원후 1970년대까지의 과거라는 낯선 나라를 여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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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사나이 할리퀸> 애거서 크리스티, 황금가지
동행이 있을 때에는 책 한 권을 돌려 보면 좋겠죠. 두 사람의 취향에 맞으면서 두 사람이 읽지 않은 책이어야 할 텐데, 그 조건을 만족시키는 책이 이겁니다. 유명하진 않은데, 읽고 나서 재미없다고 말씀하시는 분은 못 봤습니다.
책 속 한 문장 런던 경찰청에서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우리가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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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제임스 조이스, 펭귄클래식코리아
‘이런 걸 추천할 줄은 몰랐죠?’라는 느낌으로 한 권을 소개합니다. 기차에서 편히 주무시고 싶으시다면 이 책입니다. 제가 소양이 부족해서 그런가, 읽는 내내 졸렸습니다. ‘그래, 내가 어디에 있어도 더블린에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위안도 얻을 수 있습니다.
책 속 한 문장 더블린 시가지의 불빛이 차가운 밤에 빨갛고 다정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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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정세랑, 창비
아무리 첨단기술이 가득 들어간 최신형 열차를 타도, 기차여행은 추억여행이라고 우겨봅니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이 제각각 사랑스럽고 특별한 개성을 갖고 움직이는 모습은 멋진 곡예를 보는 듯합니다. 저는 특히 주인공과 첫사랑이 함께 목욕하는 장면을 좋아합니다.
책 속 한 문장 여자친구보다도 더 친밀한 어떤 것이 어느 날엔가는 될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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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소위 가장 ‘핫한’ 작가다. 10년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2011년 소설 <표백>으로 등단했다. <열광금지, 에바로드> < 댓글부대> <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우리의 소원은 전쟁> 등 다작을 통해 전업작가의 로망을 실현하고 있다.
스스로를 ‘월급사실주의작가’로 칭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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